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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시집을 읽는다는 것, 떠난 이를 향한 문학적 애도 /한국일보(2019.06.05(수))

관리자 │ 201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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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이 늘 꼬여 있는 그는 '생은 이곳에 있지/않다'고 어디에선가 말했으며, 연보에 나오는 가 사항들은/그떄마다의 걸림돌임과 동시에 피할 수 없는 타협점이었을 뿐이다"(오상룡 '그의 연보' 일부)


이름 오상룡. 1974년 출생 2004년 작고. 30년 남짓의 짧은 생, 시집은커녕 등단조차 한 적이 없었지만 한사코 '시인'이었던 청년. 타계 15년만에 그의 작품을 한데 모은 유고시집 '텅텅 가벼웠던 어떤 꿈 얘기'가 나왔다. 고인이 생전에 남긴 시를 지인들이 모아 유고문집의 형태로 만들었고, 상지대 문예창작과 재학시절 은사였던 김정랑 시인이 이를 간직해오다 출판사에 건넸다. 책을 펴낸 출판사 최측의농간은 "등단 여부와는 별개로 좋은 시들이었고,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시집이라고 생각이 들어 책을 내게 됐다"고 출간 배경을 밝혔다.


'유고(遺稿)'란 고인이 생전에 써서 남긴 원고를 이른다. 생전에 독자의 사랑을 널리 받았던 작가를 기리는 일환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생전에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작가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육사의 '육사시집',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 모두 시인이 사망한 이후 출간된 유고시집이다.




원고가 세상에 나오게 된 사연도 저마다 다르다. 오랫동안 투병한 작가의 경우 직접 마지막 책을 준비하기도 하고, 유족이나 지인이 미발표 원고를 간직하고 있다 고심 끝에 세상에 내놓는 경우도 있다. 2017년 작고한 고 정미경 작가의 유고 장편소설 '당신의 아주 먼 섬'은 고인의 남편인 김병종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가 작업실을 정리하다 묻혀있던 원고를 발견해 엮은 것이다.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숨진 고 허수경 시인은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김민정 시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자신의 작품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지난해 2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뜬 고 박서영 시인은 올해 유고시집이 잇따라 출간되며 생전 미처 다 받지 못한 사랑을 독자들로부터 널리 받고 있다. 출판사 문학동네와 걷는사람은 박 시인의 1주년을 맞아 지난 3월 각각 유고시집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를 냈다. 199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박 시인은 투병 중에도 꾸준히 시를 썼고, 2017년  10월 18일에 출판사에 최종원고를 보냈다. 두 권의 유고시집에는 모두 죽음을 맞닥뜨린 고인의 심정과 사랑, 이별에 대한 단상이 담겼다. 저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그를 기억하고자 하는 독자들이 모인 낭독회가 열리기도 했다.




낭독회를 기획한 시집 전문서점 위트앤시니컬의 유희경 시인은 "시라는 게 기본적으로 뉘앙스이기도 해서 '죽음'이라는 이미지가 덧대어지면 아무래도 비극적인 아우라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모두가 기형도 시인처럼 사후에 주목 받기는 어렵겠지만, 유고시집을 읽는 것은 시라는 작업물을 남기고 떠난 이를 향한 문학적 애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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